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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시크 DEEPSEEK를 만든 주역은 "...대부분 국내파"

외로메 2025. 2. 4.

 최근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챗GPT에 필적하는 추론형 AI ‘R1’을 선보이며 업계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더 흥미로운 점은 그들의 성공이 해외 유학파가 아닌 중국 내 교육을 받은 ‘국내파’ 인재들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글로벌 AI 전쟁에서 중국이 자국 내 인력만으로 경쟁력을 갖춰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한국과 비교하면 씁쓸한 기분도 든다.

중국 대학 출신이 90% 이상… AI 인재 자급자족 시대

 딥시크 개발진 53명을 분석한 결과, 무려 92%가 베이징대와 칭화대 등 중국의 명문대 출신이었다. 반면 해외 대학 출신은 10%도 되지 않았으며, 그중에서도 미국에서 유학한 연구자는 단 2명에 불과했다. 중국이 지난 10여 년간 AI 연구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며 인재를 자국에서 길러온 결과, 이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팀을 자체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수준이 된 것이다.

베이징대 출신이 21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칭화대가 7명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베이징대는 중국 AI 전략의 핵심 거점 역할을 하며, 딥시크의 주요 연구진 상당수가 이곳에서 교육을 받았다. 이처럼 중국 대학들이 실제 산업에서 강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부럽기도 하다. 한국에서도 ‘AI 강국’을 외치지만, 대학과 산업의 연계가 중국만큼 활발한지는 의문이 든다.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저장대 정보전자공학 학사, 석사)

MSRA 출신 연구진, 글로벌 AI 네트워크 활용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 아시아(MSRA) 출신이 11명이나 된다는 것이다. MSRA는 1998년 마이크로소프트가 중국에 설립한 연구소로, 그동안 수많은 AI 인재를 배출하며 업계의 ‘사관학교’ 역할을 해왔다. 딥시크 개발진 중 10명이 MSRA 인턴십을 경험했고, 일부는 수석 연구원까지 역임한 경력이 있다.

이 부분에서 생각해볼 점은, 한국에도 글로벌 IT 기업과 협력해 인재를 육성하는 구조가 더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삼성, 네이버 같은 국내 기업이 자체적으로 AI 연구를 이끌고 있지만, 중국처럼 MS, 구글 같은 글로벌 기업과의 연결고리를 적극 활용하는 방식은 부족해 보인다. 만약 한국에서도 이런 협력 구조가 더 활발해진다면, 국내 AI 인재들이 보다 경쟁력 있는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Microsoft Research Lab

네이버보다 해외 유학파 비중 낮아… 한국과의 차이점

딥시크 연구진과 한국의 네이버 AI 연구팀을 비교해보면 차이점이 더욱 뚜렷하다. 지난해 네이버의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 논문 저자 53명을 분석한 결과, 서울대(15명), 카이스트(10명), 고려대(4명) 출신이 다수였지만, 뉴욕대, 버클리대 등 해외 대학 출신도 8명이 포함돼 있었다. 즉, 네이버는 상대적으로 해외 유학파가 많은 반면, 딥시크는 자국 인재 중심이라는 차이가 있다.

어느 방식이 더 낫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한국도 이제 해외 인재에 의존하기보다 자국 내에서 충분한 인재를 육성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할 시점이 아닐까 싶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그런데 왜 우리는 이런 성과를 내지 못했지?’라는 자괴감이 동시에 들 수밖에 없다.

중국 AI 산업의 무서운 성장 속도

중국 AI 산업의 성장은 단순히 인재 육성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그들의 대학 경쟁 체제는 미국 못지않게 치열하며,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스타트업들이 강한 경쟁력을 갖게 된다. 경희대 이경전 교수도 “중국 대학들은 20여 년 전부터 미국처럼 승자독식 경쟁 체제로 운영되며, 이러한 환경이 혁신적인 기업들을 탄생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물론 아직까지 중국 AI가 미국 오픈AI 같은 기업과 비교했을 때 혁신성 면에서는 차이가 있다는 반론도 있다. 중국 복단대 정샤오칭 교수는 “현재 AI 경쟁은 중국 내 중국 연구자들과 미국 내 중국계 연구자들 간의 대결이라는 농담이 나올 정도”라며 “진정한 혁신을 만들어내려면 중국도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AI 산업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발판을 다지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한국도 단순히 AI 모델을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재 육성과 산업 생태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AI 시장에서 한국이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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